'잘했다'는 살인범의 한마디 접근금지 제도의 비참한 현주소를 묻다

지난 6월, 우리 사회의 안전망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심어준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이 풀린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아내를 찾아가 무참히 살해한 60대 남성의 이야기입니다. 이 사건이 더욱 끔찍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체포된 가해자가 "나는 잘했다"라며 일말의 죄책감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 한마디는 단순한 망언을 넘어, 현행 법 제도가 가해자의 왜곡된 인식을 전혀 바꾸지 못했으며,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데 실패했음을 드러내는 비극적 증언과 같습니다. 이 글은 단순한 사건 브리핑이 아닌, 이 비극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무거운 질문들을 깊이 파고드는 분석입니다.

사건의 표면, 그리고 그 이면의 진실

사실관계는 명료합니다. 가해자는 가정폭력으로 인해 피해자로부터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법적 효력이 사라진 직후, 그는 여러 차례 피해자의 주거지를 찾아가는 등 위협 수위를 높여갔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더욱이 피해자는 살해당하던 그 날, 자신의 안전을 위해 스마트워치와 같은 보호 조치를 문의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명료한 사실의 이면에 숨겨진 ‘시스템의 무력함’입니다. 접근금지 해제 후 가해자의 반복적인 방문은 명백한 위협의 ‘전조’였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시스템은 이 명백한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개입하지 못했습니다. 피해자가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다시 도움을 요청해야만 움직이는, 사후약방문식 제도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입니다.

법의 공백: 접근금지 명령은 왜 방패가 되지 못했나

많은 이들이 접근금지 명령을 피해자를 지키는 튼튼한 방패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종이 호랑이’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사건은 그 허점을 정확히 짚어냅니다. 첫째, 명령의 ‘일시성’입니다. 정해진 기간이 끝나면 아무런 후속 조치 없이 가해자는 자유로워집니다. 이는 가해자에게 ‘조금만 참으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며, 오히려 보복 심리를 자극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합니다.

둘째, 가해자에 대한 교화 및 치료 프로그램 연계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행동을 물리적으로 제한할 뿐, 폭력의 근원이 되는 왜곡된 사고방식을 교정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결국 가해자는 조금의 변화도 없이, 더 큰 분노를 안고 다시 피해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소유물'이라는 착각, 가해자 심리의 위험성

"내 집인데 내가 들어가야지, 어디 가서 사느냐"는 가해자의 발언은 이번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 핵심적인 단서입니다. 그의 말 속에는 아내를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끔찍한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습니다. 법의 명령조차 '내 소유물에 대한 부당한 접근 방해' 정도로 치부해버리는 그의 태도는, 가정폭력 가해자들의 전형적인 위험 심리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백 번의 접근금지 명령도 무용지물일 수 있습니다. 법 제도는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거리를 떼어놓는 것을 넘어, 가해자의 이런 위험한 사고를 적극적으로 교정하고 치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합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변화: 재발 방지를 위한 제언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우리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첫째, 접근금지 명령 종료 시점에 가해자의 재범 위험성을 의무적으로 재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평가 결과에 따라 보호관찰, 의무 상담, 전자감독 등의 후속 조치를 탄력적으로 연계해야 합니다.

둘째, 피해자 보호 시스템을 '신청주의'에서 '선제적 지원'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고위험군으로 판단된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별도로 요청하기 전에 경찰이 먼저 스마트워치 지급, 맞춤형 순찰 강화 등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불안에 떨며 스스로 보호책을 찾아 헤매게 해서는 안 됩니다. 이 비극은 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사회적 책임입니다.

FAQ (자주 묻는 질문)

Q1: 접근금지 명령이 끝나면 피해자는 어떻게 자신을 보호해야 하나요?
A: 접근금지 명령이 종료되었더라도 위협이 지속된다면 즉시 112에 신고해야 합니다. 또한, 경찰에 신변보호 재요청을 하거나 법원에 다시 보호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명령 종료 전부터 경찰, 상담기관 등과 협력하여 후속 안전 계획을 미리 수립하는 것입니다.

Q2: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왜 이렇게 가벼운 건가요?
A: 가정폭력은 ‘가정 내의 문제’라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초기 대응 및 처벌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하지만 반복적인 폭력이나 중대한 위협이 발생할 경우 명백한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과 더불어, 가해자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치료 및 교정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것이 재발 방지에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Q3: 이번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사회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A: 사회 전체가 가정폭력을 더 이상 사적인 문제가 아닌 심각한 사회적 범죄로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주변의 폭력 징후에 무관심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며, 실효성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도록 정부와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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